걸을 때 다리가 저리다면? '척추관협착증 의심해야... 방치하면 신경 손상까지 [인터뷰]
나이가 들수록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방치하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심할 경우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외과 전문의 허성철 원장(친절한신경외과)은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지만,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관리를 한다면 충분히 통증을 줄이고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며, "허리 통증과 다리 증상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의 원인, 증상,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허성철 원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척추관협착증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척추관협착증은 우리 몸의 기둥 역할을 하는 척추 내부의 척추관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좁아지는 질환입니다. 척추관은 뇌에서부터 시작되어 허리까지 이어지는 척수와 신경근이 지나가는 통로인데, 이 통로가 좁아지면 신경을 압박하게 되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주로 허리 부위인 요추에서 많이 발생하며, 경추(목)나 흉추(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경이 압박되는 정도와 위치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척추관협착증은 왜 생기나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변화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를 구성하는 뼈, 인대, 디스크 등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하며 척추관이 좁아지게 됩니다. 황색인대가 두꺼워지거나(황색인대 비후), 디스크가 변성되어 척추관을 침범하고, 뼈 가시(골극)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거나, 척추뼈가 밀려나는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인해 척추관이 좁아지기도 합니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경우나, 외상 및 척추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Q.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모두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유발하여 혼동하기 쉽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증상이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허리 디스크는 주로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앉아 있을 때 통증과 저림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 저림, 통증, 근력 약화 등이 심해져 걷다 쉬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허리를 숙이거나 앉아서 쉴 때는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Q.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인 '신경성 파행'은 어떤 건가요?
신경성 파행은 척추관협착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분들은 일정 거리를 걷거나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저리고, 아프고, 터질 것 같거나 힘이 빠지는 등의 불편감을 느낍니다. 이로 인해 더 이상 걷기 힘들어지고,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잠시 쉬면 증상이 완화되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는 현상을 반복하게 됩니다. 마트에서 카트에 기대어 허리를 숙인 채로 걷는 모습도 신경성 파행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입니다.
Q. 척추관협착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환자의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 영상 진단 검사를 통해 척추관의 실제 상태를 확인합니다. MRI는 척추관의 협착 정도, 신경 압박 부위 등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진단에 가장 정확하고 핵심적인 검사입니다. X-ray와 CT는 뼈 구조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며, 필요에 따라 근전도 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여부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Q.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어떤 방법들이 있나요? 수술이 꼭 필요한가요?
증상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합니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주사 치료, 도수치료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신경 마비, 대소변 장애와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합니다. 수술은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 신경 압박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 비수술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많은 환자분들이 비수술적 치료만으로 증상 호전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3~6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를 했음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또는 신경 마비, 대소변 장애와 같은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은 방치할 경우 영구적인 손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영상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Q.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권장되지 않는 운동은 무엇인가요?
허리를 뒤로 과도하게 젖히거나,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거나 비트는 운동, 복부에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숨을 참는 운동은 피해야 합니다. 통증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장시간 서 있거나 걷는 것도 본인의 통증 역치 내에서 조절해야 합니다. 대신 걷기, 수영, 필라테스, 요가와 같이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운동이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척추관협착증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므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 악화를 예방하는 데는 생활 습관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복근과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체중은 척추에 부담을 주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며,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